무늬만 속도 2배 LTE-A…삼성 갤럭시S4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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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가 지난 7월 18일 데이터는 물론 음성, 문자까지 모두 LTE로 이용할 수 있는 ‘100% LTE’ 서비스를 내놓고 LTE-A 상용화에 나섰다. |
LTE-A 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 6월 말 SK텔레콤이 LTE-A 서비스를 상용화한 데 이어 최근 LG유플러스까지 가세했다. 이로써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LTE 도입 2년 만에 LTE-A로 넘어가게 됐다. LTE-A는 2개의 다른 LTE 주파수 대역을 묶어 하나의 주파수 대역처럼 이용하는 기술로 데이터를 내려받을 때 최대 150Mbps의 속도를 낸다. LTE보다 2배가량 빠르다. LTE는 최대 속도가 75Mbps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LTE-A 상용화가 된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 버라이즌과 AT&T, 일본 NTT도코모, 스웨덴 텔레노어(Telenor) 등 8개국 13개 사업자가 LTE-A 상용화 계획을 밝혔지만 국내 이통사인 SK텔레콤이 치열한 기술 경쟁 끝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현재 SK텔레콤 가입자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충청도 지역 총 42개시 중심가와 대학가 일부에서 LTE-A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발 늦게 LTE-A 서비스에 나선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데이터뿐 아니라 음성, 문자까지도 LTE 서비스를 이용하는 ‘100% LTE’에 도전한 것. LTE망을 이용해 음성 통화를 하게 되면 통화 연결 시간이 0.25~2.5초로 기존 시간보다 최대 20배 빨라진다. 또 50~7000Hz의 폭넓은 가청 대역을 이용해 목소리 원음에 가까운 선명하고 자연스러운 음질을 전달할 수 있다. 문자도 3세대(G) 대비 30% 이상 속도가 향상된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보다 먼저 100% LTE를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의 LTE 네트워크 구축을 이미 완료했기 때문”이라며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LG유플러스도 전국 모든 지역에서 LTE-A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9월로 계획된 LTE-A 상용화 서비스를 두 달 앞당겨 실시하다 보니 서비스 지역이 서울 지역과 일부 광역시 등 주요 도시에 국한된다.
최근 이통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현상은 2011년 여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4G를 외치며 LTE 시대를 열 때와 사뭇 비슷하다. 당시에도 SK텔레콤이 한발 앞서 LTE 상용화를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LG유플러스가 추격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LTE-A 상용화 이후 2주 만에 가입자는 15만명을 넘었다. 그중 5만여명은 KT와 LG유플러스에서 넘어온 고객이다. 지금까지는 SK텔레콤이 선발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 그러나 LG유플러스가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경우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상황은 또다시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2의 LTE 전쟁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KT는 2년 전과 마찬가지로 가장 늦게 LTE-A 상용화에 나선다. 2011년 KT는 2G 종료가 늦어지면서 LTE 서비스를 6개월 늦게 시작한 바 있다. 이번에는 전파 간섭 문제 때문에 상용화가 늦춰지고 있다. KT가 보유하고 있는 주파수는 현재 1.8㎓ 대역과 900㎒. 이 중 1.8㎓ 대역에서만 서비스를 한다. 보조 주파수 대역인 900㎒에서는 일부 가정용 무선전화기와 무선 주차태그(RFID) 등이 동일 주파수를 쓰고 있어 전파 간섭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KT 측 주장이다. 지난 7월 16일 KT는 경기도 안양지사에서 900㎒ 대역의 전파 간섭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실험을 통해 보여주는 시연회를 펼치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주파수 간섭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LTE-A 상용화는 불가능하다. 언제쯤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LTE-A 전용 단말기는 지금도 판매 중”이라고 전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빠른 속도와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LTE 전국망 구축에 3조원 넘게 쏟아부은 이통사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천천히 LTE-A로 넘어가는 게 나을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3G에서 LTE로 옮겨 오는 것과 달리 LTE-A 상용화는 LTE 서비스를 보다 안정화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통사 차원에서도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서기만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LTE-A 서비스는 LTE망 효율성을 높여준다. 어차피 LTE-A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상용화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세계 최초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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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번 LTE-A 서비스는 뭔가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하다.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 이유를 든다.
우선 전용 단말기가 하나밖에 없다. 지난 6월 말 삼성전자가 국내에 출시한 ‘갤럭시S4 LTE-A’가 전부.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LG전자가 G시리즈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LG G2’는 LTE-A가 가능한 퀄컴 스냅드래곤 800 프로세서를 탑재하긴 했지만 출시되기까지는 한 달여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팬택도 빠르면 8월께 LTE-A 전용 단말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연말까지 각각 7종, 6종의 LTE-A 스마트폰을 내놓는다는 계획만 발표해 놓은 상태다.
이통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LTE-A 전용 단말기를 내놓자 이통사들이 서둘러 통신 상품을 만든 것으로 본다. SK텔레콤 내부에서는 9월 이후에야 LTE-A를 상용화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둘째, LTE-A 전용 요금제가 없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모두 기존의 LTE 요금제에 가입하면 된다. LG유플러스는 LTE-A 상용화에 맞춰 U+HDTV, U+쇼핑 등 일부 서비스 이용 시 요금제에 따라 기본 제공되는 데이터 외에 추가로 데이터(최대 3GB)를 돌려주는 ‘데이터백’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지만 이는 기존 LTE 가입자에게도 동일하게 제공되는 서비스다. 별도 요금제를 만들지 않은 이유에 대해 SK텔레콤은 이렇게 말한다. “LTE-A 서비스가 속도는 2배지만 추가로 요금을 부담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혁신적 서비스를 통해 고객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한 취지의 일환이다.”
그러나 LTE-A에서는 통신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고화질, 고용량의 데이터를 많이 내려받을 가능성이 높아 전용 요금제가 아닐 경우 요금 폭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셋째, 제 속도를 기대하기 어렵다. LTE -A는 이론상 150Mbps까지 속도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50Mbps 내외 속도를 내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텔레콤, LG유플러스 모두 도심 중심가와 대학가 등 트래픽 밀집 지역 등을 위주로 LTE-A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 LTE보다 두 배 빠른 서비스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실제로는 트래픽 분산용의 일환으로 LTE 보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내 무선 데이터 이용량은 7만TB(테라바이트) 수준까지 늘었다. 지난해 초 3만6338TB 수준에 머물던 데이터양이 1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LTE 서비스 외에 눈에 띄게 빠른 속도를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김홍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장 빠른 속도를 원하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당분간 기다리는 게 낫다. 오는 8월 중순 LTE 주파수 경매 이후 이통사들이 현재 주파수보다 2배 넓은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게 되면 LTE망에서도 2배 빠른 속도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